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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저는 Obsidian을 설치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꼬박 1년. ‘두 번째 뇌’라는 이름 아래, 제 생각과 지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품고 시작했죠. 처음에는 화려한 플러그인들을 잔뜩 설치하며 마치 미래의 제 모습을 미리 그려보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제 Obsidian 서랍 속은 처음과는 많이 달라져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1년 동안 Obsidian으로 ‘두 번째 뇌’를 만들어오면서 실제로 달라진 점,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업무 노트, AI 대화, 독서 메모: 연결의 힘을 경험하다
가장 먼저 체감한 변화는 정보의 ‘연결성’입니다. 이전에는 각기 다른 메모 앱이나 파일 형태로 흩어져 있던 정보들이 Obsidian 안에서 하나의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시작했죠. 특히 RPA 엔지니어로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며 발생하는 수많은 아이디어와 문제 해결 과정, 그리고 관련 자료들을 Obsidian에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제조 라인의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기 위해 분석했던 내용, 그 과정에서 나왔던 아이디어, 그리고 관련 기술 문서들을 노션이나 에버노트가 아닌 Obsidian에 통합해서 관리했죠.
여기에 AI 기술과의 접목은 또 다른 차원의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저는 n8n과 Gemini를 활용해 개인 블로그에 글을 자동 발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이 과정에서 AI와의 대화 내용, 생성된 초안, 그리고 수정 과정까지 모두 Obsidian에 저장하도록 설정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대화 내용을 백업한다는 생각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AI와의 대화 기록들이 특정 주제에 대한 제 생각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놀라운 도움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마치 AI와 함께 했던 ‘생각의 궤적’을 되짚어보는 듯한 느낌이었죠. 어떤 질문에 AI가 어떻게 반응했고, 저는 어떻게 피드백했는지, 그 결과물이 어떻게 도출되었는지 등을 보면서 제 문제 해결 능력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독서 메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 것을 넘어, 읽으면서 떠오른 아이디어나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지식과의 연결점을 적극적으로 기록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술 서적을 읽다가 RPA와 관련된 새로운 자동화 기법을 알게 되면, 기존에 제가 자동화했던 프로젝트 노트와 연결 짓는 식이었죠. 이렇게 연결된 메모들은 나중에 특정 주제에 대해 깊이 탐구하고 싶을 때, 방대한 정보를 훑어보는 수고 없이도 관련 내용을 빠르게 찾아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마치 머릿속에 거대한 지식 지도가 생긴 것처럼 말이죠.
링크 그래프, 단순함의 미학
Obsidian의 가장 강력한 기능 중 하나는 ‘링크 그래프’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이 그래프를 보며 마치 복잡한 신경망처럼 얽힌 제 지식 체계를 보며 뿌듯해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그래프가 너무 복잡해지면 오히려 길을 잃기 쉽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래서 저는 링크를 걸 때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신중하게 연결하려 노력했습니다. 단순히 관련 있어 보이는 것들을 무작정 연결하기보다는, ‘이 메모가 저 메모와 왜 연결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스스로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만 연결했습니다. 덕분에 지금 제 링크 그래프는 처음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훨씬 더 의미 있고 탐색하기 쉬운 구조를 갖게 되었습니다.
플러그인, ‘덜어냄’의 미덕
앞서 언급했듯, 처음 Obsidian을 시작할 때는 정말 많은 플러그인을 설치했습니다.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무한한 가능성에 매료되었던 거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사용하지 않거나, 제 워크플로우에 불필요한 기능들이 쌓여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오히려 복잡성만 늘어나고, 때로는 버그의 원인이 되기도 했죠. 그래서 저는 과감하게 플러그인을 ‘덜어내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지금 제 Obsidian에는 꼭 필요한 몇 가지 플러그인만 남아 있습니다.
현재 제가 사용하고 있는 핵심 플러그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Daily Notes: 매일의 생각, 할 일, 간단한 기록을 남기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기록하는 습관이 생겼죠.
- Calendar: Daily Notes를 달력 형태로 보여주어 날짜별로 기록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합니다.
- Dataview: 메타데이터를 기반으로 노트를 필터링하고 목록을 만드는 데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태그가 붙은 독서 메모만 모아서 보여주는 식입니다.
- Excalidraw: 간단한 다이어그램이나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표현할 때 유용합니다. 복잡한 프로세스를 도식화하거나, 아이디어 스케치에 활용하죠.
- Templater: 자주 사용하는 메모 형식을 템플릿으로 만들어 반복 작업을 줄여줍니다. 새로운 프로젝트 노트를 시작할 때, 기본 구조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식으로 사용합니다.
이 다섯 가지 플러그인만으로도 제 ‘두 번째 뇌’는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단순해진 덕분에 Obsidian에 대한 부담감이 줄었고, 핵심 기능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론: ‘두 번째 뇌’는 도구일 뿐, 본질은 ‘생각의 확장’
Obsidian으로 ‘두 번째 뇌’를 만든 지 1년, 제 삶에 엄청난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제 생각과 지식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는 분명한 진전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정보가 흩어지지 않고 연결되며, 과거의 생각들을 쉽게 되짚어볼 수 있게 되었죠. 또한, AI와의 협업을 통해 제 사고 과정이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도 경험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두 번째 뇌’라는 이름에 너무 현혹되지 않는 것입니다. Obsidian은 결국 생각을 확장하고, 지식을 체계화하는 ‘도구’일 뿐입니다. 이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달라질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이 ‘두 번째 뇌’를 통해 더욱 깊이 생각하고, 더 나은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혹시 ‘두 번째 뇌’ 구축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단 시작하고, 꾸준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 역시 아직도 배우고 발전시켜 나가는 중이니까요.
맞벌이 부부로서 바쁜 일상 속에서도 틈틈이 제 ‘두 번째 뇌’를 가꾸는 것은, 마치 ISA 계좌에 꾸준히 ETF를 자동 투자하는 것처럼, 미래를 위한 작은 씨앗을 심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이 씨앗들이 튼튼한 나무로 자라나 제 삶에 더 큰 풍요를 가져다주기를 기대합니다.